공무원의 급여 수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과 상반된 주장이 있다. 민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쪽이나 직업의 안정성까지 감안하고 생애소득을 계산하면 결코 적지 않다는 논쟁이 교차된다. 이런 논쟁 가운데 있는 것이 연금이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정부가 지급을 책임지게 돼 있다. 공무원이 현직 때 꾸준히 낸 부담분과 정부 지급분으로 조성한 연금기금이 고갈돼도 공무원연금법과 군인연금법에 따라 그렇게 된다. 명칭만 연금인 국민연금과 달리 ‘진짜 연금’이다. 문제는 공무원 숫자가 급증하고 있는 데다 급속한 수명 연장으로 공무원연금 적자가 갈수록 심해진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정부의 지급 부담이 늘어나는데, 결국 국민의 세 부담으로 이어진다. 세금으로 적자를 메우는 공무원연금 개혁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재정으로 구멍을 막는 공무원연금, 이대로 유지해야 하나.
공무원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급여를 많이 주지 않는다. 싱가포르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나라가 그렇다. 업무 자체가 안정적으로 이어지는 까닭도 있지만, 재정 여건상 잘나가는 민간 기업처럼 많이 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대신 공직이라는 일 자체에 보람을 느끼도록 사회적으로 유도해나간다. 부족한 급여는 다른 후생복지의 보완으로 일부 메꿔주기도 한다. 급여를 보충해주는 한편 복지를 확대하는 방안으로 고안된 장치가 연금이다. 공적연금제도는 19세기 말 독일의 비스마르크 시대에 시작됐는데, 한국에서는 1960년 공무원연금으로 출발했다. 그 결과 직업공무원제 확립과 공직의 부패 추방에도 기여해왔다. 정부가 지급을 보장하는 탄탄한 연금을 보고 공직을 택하는 직업인이 많은 게 사실이다. 공직이 먼저 안정되면서 나라경제가 발전하면 모두의 이익이 된다. 물론 공무원이 현직 때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을 퇴직 후 계속 보충받음으로써 공직이 이런 제도의 수혜자가 됐다.
공무원은 현직 때 연금 몫으로 급여에서 적지 않은 부분을 뗀다. 그렇게 조성한 연금 기금이 고갈되고 재정 부담이 커져도 법에 정해진 대로 계속 가야 한다. 공직의 안정이라는 필요성이 있어서 그렇게 만든 것이다. 지금 이 골격을 흔들어 공직이 동요하고 우수 인력이 이탈하면 궁극적으로 국가적 손해다.
공무원 숫자를 무작정 늘리지 않으면서 근무 강도와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면 좋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증가한 공무원은 역대 정부 최대인 12만9000명에 달했다. 고령화로 연금을 받는 공무원 퇴직자는 갈수록 늘어난다.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공무원 연금 지급을 위한 국가 부담이 기하급수로 늘어난다는 사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넓은 의미의 나랏빚인 국가부채에 ‘연금충당부채’(2021년 말 1138조원)가 정부채무보다 많아졌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위험한 나라살림이 됐다. 정부가 퇴직공무원을 위해 끝없이 지원을 늘려갈 수는 없다. 다른 데 예산을 써야 할 곳도 많다. 미래세대 부담도 감안해야 한다. 공무원연금도 국민연금처럼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개혁해야 한다. 퇴직자들이 대승적 차원에서 기득권을 내놓는 것까지 생각해야 한다. 아니면 대안이 없다.
직급, 직종에 관계없이 수십만 명의 젊은이가 공시족으로 몰리는 현실을 보라. 무엇보다 공무원에 대한 대우가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정부가 지급을 보장하는 연금제도가 버티고 있다. 국민 부담을 급격히 키우는 공무원연금 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 수술이 다급하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관련뉴스